두더기 시인의 환멸
(김우진, 1926)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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저자소개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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두더기 시인의 환멸
喜劇[희극] 두데기 詩人[시인]의 幻滅[환멸]
인물
李元永[이원영] ― 三三[삼삼]
其 母[기 모] ― 五四[오사]
其 妻[기 처] ― 二七[이칠]
朴貞子[박정자] ― 二八[이팔]
초여름밤, 元永[원영]의 집, 左側[좌측]은 溫突[온돌], 그 右便[우
편]에 大廳[대청], 그 右便[우편]에 溫突房[온돌방] (안은 안 뵈
이고 문만) 大廳[대청] 덧문은 다 여러 놋코, 左側[좌측] 溫突房[온
돌방]은 映窓門[영창문]을 닷쳣다. 電氣[전기]불이 밝케 켜 잇다.
元永[원영] (우수수한 머리가 映窓[영창]에 빗치고 冊床[책상] 압헤 안젓
다. 굽흐리고 詩[시]를 쓰다가 고개를 번들적고 나서는 朗讀[낭
독]을 해 본다. 마로가 기동 엽헤는 貞子[정자]가 빗겨 서서 엿
듯고 잇다.)
아하 맛낫서라 偶然[우연]히
물결 놀고 바람 치는
海邊[해변]가에서 님을 맛낫서라
오냐 물결아 놀어라
바람아 어라
보다 어엽부게 놀고
보다 힘잇게 일
님 한 분을 맛낫거던
아하 세상은 재미잇서라
겨울이 못 가서 봄이 오고
가슴이 식기 前[전]에 님이 왓서라
오냐 물결아 놀어라
바람아 어라
보다 어엽부게 놀고
보다 힘잇게 일
님 한 분을 맛낫거던
아하 두뎨기 냄새에 무슨 걱정
안房[방]에는 아히 우름소리
거는房[방]에는 詩人[시인]의 노래
오냐 물결아 놀어라
바람아 어라……
(후렴을 못 다 읽어서 거는房[방]에서 어린애의 우름소리가 난다)
母[모] (거는房[방]에서) 얘야, 좀 조용해라. 애써 잠드려 논 것을 (어
린애 얼니는 妻[처]의소리)
元[원] (더 소리를 놉혀)
오냐 물결아 놀어라
바람아 여라……
母[모] 조용히 하라닛가. 안 들니늬. 개도 참.
元[원] (如前[여전]히)
보다 어엽부고
보다 힘잇게 일
님 한 분을 맛낫거든
母[모] (어나와 문을 열고 드려다보면서) 저녁에 웬 일이냐. 밥도 안
먹고 웬 말기운이 그리 나니. 제발 애 좀 자게 하려무나. 님을
맛낫으면 맛낫지 그럿케 소리치라는 법이라드니? 님도 님이
지만 어린 子息[자식]도 좀 생각을 해야지. (드러가려다가 밧게
인정기를 채리고) 에그 그게 누구요. (元永[원영]이가 急[급]히
映窓門[영창문]을 열고 내다본다.) 난 작 놀냇거든 누구 차저
왓소?
貞子[정자] (나오며) 李元永氏[이원영씨] 게서요?
元[원] (映窓[영창]을 열고 나오며) 아 오섯소? 자 드러 오시요. 어머
니는 드러가서요. 고만 조용히 할 테닛가.
母[모] 무엇이 조용이야? 들어 낼 판이지. (貞子[정자]에게) 여보
슈 이 사람 아들이 지금 두 살인대, 저 잘난 아버지 덕에 잠 못
자 큰 고생이오. 손님도 조용히 해 주서야 함니다.
貞[정] 걱정 마세요. 난 어린애 잠 못 자게 하러 온 게 아녜요.
母[모] 이 애를 조용하게 해 주시라는 말얘요. 손님이 드신다는 게
아니라.
元[원] 글세 좀 드러가 坐定[좌정]하서요. 걱정 말구. 貞子氏[정자씨]
이리 드러오슈.
母[모] 아이를 여 노키만 해 바라. 모도 겨날 테닛가. (안방으
로 드러간다.)
貞[정] 걱정마십쇼. 조용히 들지 안투록 할 테닛요.
元[원] 아무럼 그럽지요. 安眠妨害罪[안면방해죄]라니 逐出律[축출률]
이 相當[상당]하구 말구. (貞子[정자]를 引導[인도]해 드리며
映窓門[영창문] 여러 논 대로) 난 퍽 기대렷지요. 안오는 걸노
만 알고 가슴이 뭅뭅해지지 안켓소……
貞[정] 내가 늣게 왓기에 안房[방]에서 어린애 우름소리가 나고 거는房
[방]에서 詩人[시인]노래가 나지.
元[원] 아 요런 흉측한 앗씨 밧나. 벌서붓허 와서 엿듣고 잇섯든 게로
군. 그리다가는 家宅侵入罪[가택침입죄]가 되지 안나.
貞[정] 告發[고발]하구려. 난 어린애 安眠妨害罪[안면방해죄]로 告發
[고발]할 테닛가.
元[원] 흥 當身[당신]이 내 누의 동생이나 되면 모르거니와 무슨 關係
[관계]람. 아니 그럴게 아니라 내 누의 노릇하구려. 그러면 고
맙다고 告發[고발] 當[당]해 드릴 테니.
貞[정] 언제는 님이 왓서라 갓서라 하드니 인제 동생을 맨들녀구? 危險
[위험]시러운 것은 고만 두 그러케지 을 보앗나.
元[원] (卷煙[권련]을 내여 주며) 자 이것 먹고 우리 和解[화해]합시
다.
貞[정] 난 실혀요. 婦人[부인]의게 담배를 권하다니 失禮[실례]의 인
[人]!
元[원] 자 그러지 마세요. 婦人[부인]의게는 왜 담배 권해서 못쓴다는
法[법]이 잇소. 자 當身[당신] 조와하는 카이다예요. 카이다.
貞[정] 글세 남의게 권하려거든 불이나 붓처서 권하구려, 참 失禮[실
례]군, 맨손으로.
元[원] (불 붓처 두 손으로 올니며) 제발 푸러집슈 아씨. 小人[소인]의
간을 녹여 무엇이 시원하겟소.
貞[정] (바더 피우며) 흥 그러치. 봄철 찻던 詩人[시인]이 인제 小人
[소인]이 되엿군. 아 여보! 웨 그리 詩人[시인]은 變[변]하길
잘 허우.
元[원] 詩人[시인]의 變通性[변통성]이란 우로는 하늘부터 밋흐로는
속지 날엇다가 안젓다가 엿다가 天堂[천당]의 하느님과 갓
치 놀다가 그 飛躍[비약]하는 곳 天地[천지]가 놀구 그 感動
[감동]하는 곳 世界[세계]가 노는 게요. 그러기 문에 그적
게 가슴에 울울한 煩悶[번민]을 가지고 잇든 내가, 푸른 바다
白沙[백사] 우에서 貞子氏[정자씨]를 만낫슬 내 가슴은 卒地
[졸지]에 듸여서 여서 터질 번 햇섯구, 앗가는 흔 누데기 너
러 논 안房[방] 밉살스러운 안해 엽헤서 이마쌀을 찌푸리고 밥
도 못 먹엇구. 그리다가는 님을 한 번 다시 生覺[생각]해서 오
늘 저녁 만날 일을 生覺[생각]허닛, 내 靈[영]은 여서 天馬
[천마]가 空中[공중]을 다라나듯이 詩[시]를 맨드러 냇구려. 이
것이 詩人[시인]이요. 이것이 幸福[행복]이요. 이것이 人生[인
생]의 이요.
貞[정] 이것이 두데기 詩人[시인]이요 이것이 小人[소인] 詩人[시인]이
요. 이것이 거는房[방] 詩人[시인]이요.
元[원] 아 날 가지구 그러지 마러요 괘니 그러자너도 불쌍한 놈을 더
복글 게 무에요.
貞[정] 불상하다니 어머니 게시구 어엽분 夫人[부인] 게시구 귀여운 아
들 잇구 집 잇구 양식 잇구 님 찻구 허는대 불상해요?
元[원] 貞子氏[정자씨]와 비해 보구려 어엽부고, 졈고 父母兄弟[부모형
제] 업서 自由[자유]롭고, 子息男便[자식남편] 업서? 귀찬치 안
쿠. 게다가 봄에 나븨 모이듯 天下[천하]의 才士名人[재사명
인] 모여 들구……
貞[정] (한 번 내갈기며) 失禮[실례]의 양반! 날 길가 게집으로 아는
군! 誤解[오해]하다가는 交際[교제]도 고만 둘 테얘요. 영영 다
시 안 볼 테얘요.
元[원] 아 ― 냐. 貞子氏[정자씨]가 誤解[오해]하시는구려. 그런 으
로 하는 말은 아닌데. 난 저거두 貞子氏[정자씨]를 이 世上[세
상]에서 다시 업는 幸福人[행복인] 다시 업는 自由人[자유인]
다시 업는 仙女[선녀]로 알고 하는 말인대.
貞[정] 그러면 나를 誤解[오해]하시는 게요. 이러닛가 詩人[시인]은 할
수 업대지.
元[원] 그러면 아 대체 무에란 말유. 어엽분 女子[여자]도 아니구 仙女
[선녀]도 아니구 길가집 아씨도 勿論[물론] 아니구.
貞[정] (한번 흘겨 주다가 다시 어리만지는 소리로) 이것 보아요. 날
그러케 생각허다가는 정말노 을 테닛 영영 다시 안 만날 테
닛 精神[정신]채려요. 그 지경이 되면 詩[시]도 못쓰게 되지
안소?
元[원] 아 그러면 날더러 詩[시] 쓰라고 만나 주는 게로군. 난 그러면
詩[시] 안 써도 조으닛. (달여드러 키쓰를 한다)
貞[정] (을 내부치며) 에그 망칙해라. 별을 다 보겟네.
元[원] 에구 망칙한 아씨도 다 보겟네.
貞[정] 서 맘을 버리지 안엇다가는 더 망칙한 을 베일 테니 操心
[조심]해요.
元[원] (미운드시) 너무 그러지 마러요. 罪[죄]밧슴니다. 성한 사람을
病身[병신]맨든 니는 煉獄[연옥]에도 못가구 地獄[지옥]으로 간
대요.
貞[정] 저거두 난 犧牲者[희생자]를 내긴 실혀요. 불상한 사람을 눈 압
헤다가 두고 良心[양심] 업는 짓은 못해요.
元[원] 불상하긴 무얼 불상해. 걱정 마러요. 불상한 것도 업고 무서운
것도 업스닛.
貞[정] (아주 賤[천]히 녁이는드시) 저런 沒人情[몰인정]한!
元[원] (비우스며) 人情[인정] 問題[문제]가 아니라 人生[인생] 問題
[문제]야. 더 살기 爲[위]해서 더 힘잇게 살기 爲[위]해서 良心
[양심]도 重[중]하겟지 人情[인정]도 重[중]하겟지. 허나 結局
[결국]은 自己生活[자기생활]을 爲[위]해 허는 일이 아니요.
貞[정] 生活[생활]이니 人生[인생]이니, 그런 槪念上[개념상]의 말은
난 몰나요. 다른 이를 爲[위]할 줄 모르는 이는, 自己[자기]를
爲[위]할 줄도 모르는 法[법]이요. 다른 니를 살리게 할 만한
이래야 自己[자기]도 살닐 수 잇는 게지. (眞情[진정]으로) 난
여기 오는것도, 罪[죄] 갓흔 생각이 나서 못 견대겟는데 다만
불상하신 夫人[부인]서……
元[원] (不快[불쾌]한 얼골노 ― 변해지며) 글세 고만두어요. 저게 사
람인가 사람 탈 쓴 허수아비지. 내 말 드러요. 사람 성미가 다
각각 잇겟지만 저런 人形[인형] 것흔 허수애비는 다시 업슬 걸.
화를 내도 녜 녜. 닭업시 나무래도 녜 녜, 욕을 해주어도 녜
녜, 甚至於[심지어] 구를 붓처도 녜 녜 녜, 기끗해야「애매한
나를 웨 이래요.」라지 이게 사람이 當[당]할 노릇이요. 손흐
로 건다리기만 해도, 틀거리는 벌거지를 못 보앗소. 차라리
벌어지와 同居[동거]하는 게 낫지.
貞[정] 당신 생각에는 모두가 당신 노리개감이 되면 滿足[만족]하시겟
지 허지만 사람의 良心[양심]이란, 노리개감이 안여요. 이 당
신 노리개감이 될여구 피는 줄 아우? 물이 당신 노리개감이 될
여구, 흐르는 줄 아우? 새가 당신 노리개감이 될여고 우는 줄
아우?
元[원] 날 그러케도 理解[이해] 못하슈. 아아 어리석은 者[자]여 네 일
홈은 女子[여자]!
貞[정] 군소리…… (自身[자신]잇게) 내게 배워요. 사람 불상히 녁
이는 것을, 마음 속에서 참말 良心[양심] 속에서 과 갓치 물
과 갓치 우러나오는 사랑, 自然[자연]스럽게 自己[자기]를 이저
버리는 사랑, 겸손한 사랑 이것처럼 이 악착시러운 世上[세상]
에 다시 貴[귀]하고 價値[가치]잇는 게 어데 잇겟소. 設令[설
령] 그 사랑이 無識[무식]하고 행다분하고, 흉내만 내는 것 갓
흔 사랑일지라도, 그보다 더 큰 幸福[행복]이 어듸 잇겟소.
元[원] (벌덕 이러나며) 개 속에는 개 창자 밧게 안 드는 게로군!
貞[정] (亦是[역시] 벌덕 이러서며) 흥, 두뎨기 詩人[시인] 속에는 두
뎨기 밧게 안드는 게로군!
元[원] 대체 내게 무얼 어드로 왓소.
貞[정] ( 우스며) 엇길 무얼 어더. 그 兩班[양반] 큰일 내겟네.
元[원] 說敎[설교]해 주려 왓소? 未安[미안]하지만 여기는 救世軍[구세
군] 집이 아냐요.
貞[정] (亦是[역시] 우스며) 두뎨기 詩人[시인] 집에 詩[시] 읽는
소리 드르려고 왓다고나 해 둘가. 滿足[만족]하시겟소?
元[원] (毒[독]이 나서) 이 뱀파이어!
貞[정] (물너서서 무서운 얼골노) 무엇이야 날 그 밧게 안 보앗소 그
려. 흥 詩人[시인]의 幻滅[환멸]이로군.
元[원] 참말을 해 주. (다시 허리를 굽혀) 난 弱[약]한 사람이요, 남
불상히 녁이는 것을 가르처 주기 전에, 몬저 當身[당신]이 한
사람을 불상히 녁여주구려.
貞[정] (달낼듯이) 글세 이리로 와 안저요. 내 말해 들일 터이니.
元[원] (러 다니는 女子[여자]의 손을 쥐면서 러 안는다) 病
[병]든 者[자]에게 藥[약]을 주고, 주린 者[자]에게 밥을 주어
요.
貞[정] 거만해 배부르 자에게는 이것을 주어요. (집어 준다)
元[원] 아야 이건 무슨 버릇이야.
貞[정] (다시 만저 준다) 자 착한 애닛가 내 말 드러요. (달내는 듯이)
日前[일전]에 섬 海岸[해안]에서 무어라 햇소. 우리 집에 차저
오면, 우리 마누라와 어머니와, 아들이 지내는 光景[광경]을 보
이겟다고 하지 안으섯소?
元[원] 그래 그러치만 오늘 저녁 形便[형편] 갓해서는, 虛事[허사]로
생각하시오.
貞[정] 그것도 그러실 테지. 그러치만 오늘 저녁 形便[형편] 갓해서는,
당신과 사이에 交際[교제]부터 이 다음부터는 虛事[허사]로 생
각하슈. 남자가 한 번 한 말은 千金[천금]보다 重[중]하대요.
元[원] 常識[상식]이 나온다! 그 위 常識[상식]은 나와 因緣[인
연]이 먼 줄노만 알구려.
貞[정] (아주 업시녀기는 드시) 그러면 날 誘引[유인]한 게 아니요. 詩
[시]도 써도 조코 님 이라 불너도 좃치만 점잔지 안케 웨 남에
게 키스는 하러드는구.
元[원] ( 달려들듯이) 키스는 常識[상식]이 아니라도 그리는군.
貞[정] (防禦[방어]하며) 操心[조심]해요. 이건 詩[시]가 아니야요.
(本色[본색]으로) 나는 입대것 生活[생활]로는 당신이 쓰는 그
두뎨기 詩[시]보다도 더 사러 왓소. 입대것 내가 하구 십흔 일
은 무엇이든지 해 왓지만, 남의 生活[생활]에 干涉[간섭]은 아
니 하겟소. 더구나 당신 갓흔 봄날 종달이 새 모양으로 날넛다
안젓다 놉핫다 내렷다 하는 이의게는 여간 큰 毒[독]이 아니야
요 내가 당신 生活[생활]의 幸福[행복]을 트릴 줄 아슈.
元[원] 것치러운 生活[생활]에 지내든 니가 이런 生活[생활]을 幸福[행
복]이라고 하는 것도 無理[무리]가 아니지. 平和[평화]니
한 家庭[가정]이니 하고, 憧憬[동경]하는 것도 無理[무리]가 아
니겟지.
貞[정] 設令[설령] 그러타구 해 둡시다. 그러닛가 엇저자는 말야요.
元[원] 그러닛가 내 家庭[가정]에 對[대]해서는, 아무 말 마시라는 말
야요 그리고 다만 나 個人[개인]으로만 아러 주라는 말이얘요.
貞[정] 당신도 所謂[소위] 現代[현대] 靑年[청년] 모양으로 큰 일낫군.
죽엇다가 다시 한번 사러나오구려. 그 가서는 당신 所願[소
원]대로 키스도 해주고 잠도 재어 주구 배곱흐다면 밥도 너
주고, 치웁다면 옷도 입혀 줄 터이니.
元[원] 이건 사람을 업시역여도 분수가 잇지. 그러면 아씨 所願[소원]
대로 내가 죽지도 못하고 다시 사러나지도 못한다면, 卽[즉] 지
금 눈 압헤 現狀[현상]대로 잇는 나를 엇더케 하면 조탄 말유.
貞[정] 남 불상히 녁일 줄을 알어야 한단 말야요. 무슨 턱으로 내가 다
르니의 靈魂[영혼]에서 養分[양분]을 러 먹으면서 산단 말이
애요.
元[원] 고따위 常識[상식]은 어대서 자버 넛는구.
貞[정] 常識[상식] 常識[상식]하니 常識[상식] 가진 게 무슨 羞恥[수
치]나 되는 일이유.
元[원] 당신도 날근 탈 쓴「新女性[신여성]」에 不過[불과]하단 말야.
貞[정] 흥 갈수록 음흉한 소리 이로군. (다시 惱殺[뇌살]할듯이) 날
그러케 아지마우. 저거두 當身[당신]의 노리개감 될 資格[자격]
은 업스닛.
元[원] (어이업는 듯, 가만히 참고 잇다가) 자 그러지 말구 참으로 내
누의 노릇이나 하구려. 決[결]코 다른 생각 안 둘 터이니. 처음
맛날 모양으로 多情[다정]히 지냅시다. 참 오래 되지도 안엇
지 그러케지 내 마음을 ― 아니 서로 마음을 喜悅[희열]로써
차게 한 지가 不過[불과] 數日[수일]이 아녜요?
貞[정] (코 흐로) 이래도 나는 여간 한 사람이 안예요. 두뎨기
詩人[시인]이 쓰는 詩[시]에 속어 넘어갈 줄 아우?
元[원] (화를 내며) 고만 두구려 참 凶測[흉측]한 女子[여자]로군. 世
上[세상]에 미운 것도 만치만 남의 感情[감정]을 놀니는 것처럼
미운 것이 다시 잇을가?
貞[정] 두데기 시인 눈에는, 그러케 밧게 안 보이는 게로군. 요새 사람
들은 다른 男子[남자]의 안해 앗기를, 지내가다가 울타리에
핀 가지 거 가드시 생각하는 모양 갓습듸다만, 난 良心[양
심]지 파러먹지 안어요.
元[원] (證明的[증명적] 態度[태도]로) 黃海勳[황해훈]이는 누가 죽게
햇소?
貞[정] 당신도 그러케 生覺[생각]하는구려. (嫌惡[혐오]의 情[정]에 못
이기는 듯이) 그러기에 요새 靑年[청년]이란 멍텅구리지. 번연
히 올치 안은 줄 알고도 웨 自己[자기] 뫼자리를 자기 가 파요
글세.
元[원] 올치 안킨 무엇이 올치 안어! 이 뱀˙ 파˙ 이˙ 어˙ 야.
貞[정] (泰然[태연]하게) 내가 지금 한 말을 이젓소 나는 내 良心[양
심]을 犧牲[희생]해가면서도 感情[감정]에 徹底[철저]하지 안어
요 사람이란 제각기 제 生活[생활]를 支配[지배]하는 이가 아니
면 안 되어요.
元[원] 이 한 아씨야 黃氏[황씨]의 遺書[유서]는 世上[세상]에 다
發表[발표]된 것이요. 責任[책임]을 안 지겟다고? 고위 수작
을 良心[양심]잇는 니가 할 말이요?
貞[정] 遺書[유서]가 다 무엇이야. 이 두데기 詩人[시인]아. 사람은 죽
는 그 瞬間[순간]지도 다 저만 올타구 허지 안허우? 海勳[해
훈]이란 것 벌이가, 나를 속일여다가, 제가 제 손에 속어 넘
어간 게지. 속어 넘어 가기도 不足[부족]해서 自殺[자살]지
해서 贖罪[속죄]를 하지 안엇소? 그러나 남어 잇는 妻子[처자]
야말노 애매한 苦生[고생]과 不幸[불행]을 밧구 잇지 안소? 黃
氏[황씨]나 당신이나 五十步百步[오십보백보]지.
元[원] (획 도러 안즈며 詩人[시인] 獨特[독특]한 靈感[영감]에 쏘이
여) 다시 이 化石[화석]에게 말해 무엇하리! 아 生殖[생식]에
能[능]하고 頭骨[두골]에 缺乏[결핍]한 女子[여자]여!
貞[정] (소리처 우스며) 아하 하하 참 詩人[시인] 소리요.
元[원] (如前[여전]히) 아 나는 아담과 이부를 誘惑[유혹]한, 너 한 머
리 배암을 咀呪[저주]하노라! 그 奸譎[간휼]을 미워하지 안코,
네 存在[존재]를 咀呪[저주]하노라. 배암과 아담과 이부를 한
樂園[낙원] 속에다 갓히 너어둔, 저 하느님을 咀呪[저주], 咀呪
[저주]하노라!
貞[정] 훌융한 걸! 相當[상당]한 걸! 내게 데듸케―트해서 題目[제목]
부처서 發表[발표]하슈. 그러면 詩人[시인]의 덕에 나도 좀 世
上[세상] 이야기거리가 되게.
元[원] (다시 地上[지상]으로 돌아와서) 무어라고 햇지? 詩人[시인]?
自殺[자살]! 妻子[처자]! 不幸[불행]! 五十步百步[오십보백보]?
貞[정] 樂園[낙원]? 咀呪[저주]? 아담? 이부? 배암? 毒蛇[독사]? 멍텅
구리? 詩人[시인]? 나는 詩人[시인]이 아냐요. 朴貞子[박정자]
얘요. 當身[당신] 詩[시] 모양으로 生殖器[생식기]갓구 좀 러
진 頭腦[두뇌]갓구, 그리구 詩人[시인]이 안 갓는 良心[양심]을
좀 가즌 한 개 女性[여성]얘요.
元[원] 나를 미워하거나, 발 아래에 짓발버 둥뎅이를 치거나, 黃[황]가
아니라 더 한 男子[남자] 몃 百名[백명] 구렁에 처넛키로 내가
貞子氏[정자씨] 미워할 것이 무엇이 잇겟소 허지만 구역질 나는
「新女性[신여성]」의 말솜씨가, 泰然[태연]하게 그 붉은 입속
에서 나오는 것은 참 못견대겟군.
貞[정] (벌 이러나며) 내가 잇어서는 안 되겟구려, 눈 압헤 업서야
지. 詩[시]도 쓰고 님도 찻구 하지.
元[원] (안즌 채 부잡으며) 이 모양으로 다라나면 내 조용을 免[면]할
줄 아우. (이러서며) 그러지 말구, 滋味[자미]잇는 이약이나 허
다 가구려.
貞[정] (리치며) 고만 두어요 家族[가족] 紹介[소개]해주기는 커녕
잇으면 잇을수록 더 辱[욕]만 어더 먹을 텐데, 왜 (곱게 훌겨
본다)
元[원] (그 誘惑[유혹]에 못 견대는 듯이) 오래비 욕 좀 어더 먹기루
이리 怒[노]할 게 무어야. (달녀들어 여안으려 한다)
貞[정] (안킨대로 가만히 서서 말소리만 놉혀서) 이건 왜 이래요! 精神
[정신] 좀 차려요. 그런 法[법]이 어듸 잇담. 體面[체면] 잇구
낫살 먹은 어룬이 이게 무슨 짓이란 말유. 거기 안저요 글세 내
말 좀 들어보아요.
元[원] (탁 노으며 意識[의식] 업시 소리를 亦是[역시] 놉혀) 이건 왜
이 모양이야 도야지 목 는 소리는 왜 내!
貞[정] (길게 집어 주며) 이게 詩人[시인]유! 장한 詩人[시인]이구려
참!
元[원] 아야 아야 正[정]말누 피 먹을 텐가.
貞[정] 글세 夫人[부인]을 불너요 夫人[부인]을 夫人[부인] 안 게슈
(거는房[방]에서 妻[처]가 나와 머믓머믓 하다가 門[문]을 열고
들어온다. 두 사람이 러저 선다. 妻[처]와貞子[정자]는 서로
처다본다)
妻[처] 에그 언니 아뉴!
貞[정] (달려들어 손을 붓잡으며) 에그 참 난 누구라구! 이게 瓊順[경
순]이 아냐? 이게 몃해만일가?
妻[처] 글세 에그 반갑기도 해! (그러다가 自己[자기] 男便[남편] 엽헤
서 잇는 것이 意識[의식]되여 普通[보통] 人事[인사]로 變[변]
한다) 그런대 언제 왓서.
貞[정] 二週日[이주일]이나 되엿나 헌대 (多情[다정]한 듯이) 엇지면
아들지 낫쿠 ― 아들 낫는 게야 神奇[신기]러울 것두 업지만
이럿케 幸福[행복]시럽게 살가. (幸福[행복]에 힘을 들여 말한
다) 나 것흔 게야 所謂[소위] 放浪生活[방랑생활]이지. (三人
[삼인]이 안는다)
妻[처] 나두 新聞[신문]으로 언니 消息[소식]도 잘 들어왓지만 엇져면
便紙[편지]도 한 장업시.
貞[정] (辯護[변호]하듯이) 네가 이런 有名[유명]한 詩人[시인]의 夫人
[부인]이 될 줄이야 엇더케 알겟늬. (元永[원영]을 한 번 처다
보구) 夫人[부인] 일홈이나 일즉이 갈처 주었으면 조흘엿만. 그
래두 이러케 밧게 만나는 게 더 반갑긴 해. 참 부럽다. 有名
[유명]한 詩人[시인] 男便[남편]에다가 玉童子[옥동자]지 낫
쿠. 近十年[근십년]이나 되잔엇늬 우리 卒業[졸업]한 뒤가 그
보다두 더 어엿버젓구나! 그러기에 내가 瓊順[경순]이는 시집가
기만 하면, 運數[운수]터질 게라구 恒常[항상] 말하지 안튼? 그
는 내 말이래면 모두 히니루 듯는 모양이두구면. 난 眞情
[진정]으로 그러케 生覺[생각]햇서.
妻[처] 언니야말노 참 더 절머졋구려. 그보다두 더 절머지구 (그女
[녀]의 全面[전면] 모양을 檢査[검사]한 뒤에 비로소 그女[녀]
와 自己[자기] 새이의 對照[대조]를 認識[인식]하고 나서는, 쎈
티멘탈하게) 내야 이 로 家庭[가정]에만…… 인제 다시 저
나갈수도 업구.
貞[정] 저나가긴 왜? 이런 조흔 家庭[가정]에서 무엇이 不足[부족]해
서, 그 애도 참. (행다분한 人事[인사]를 하고 나서는 自責[자
책]이 된 듯이) 얘야 참 家庭[가정]이란 實狀[실상] 생각해 보
면 말처럼 고흔 것은 아니더라. 허지만 우리 가튼 女子[여자]래
야 그럿치. 너 것흔 賢淑[현숙]허구 人情[인정]잇구 한 맘
가즌 애야 그럴 게 무어야. 공연히 헛 空想[공상]은 말아. 그
도 우리 性質[성질]은 아주 달럿지만 서로 안저서 오직이나 未
來[미래]를 占[점]처 밧늬. 卒業式[졸업식]날 뒤밧 陽地[양지]
쪽에 안저서 이약이허든 生覺[생각]나지? 하나는 스위―트홈 하
나는 世上[세상] 욕 어더먹이 生活[생활]!
妻[처] 아이구 별 소리를 다 언니도.
元[원] (비로소 시튜에손을 알어채리고) 요위 짓을 하닛가 욕을 안
어더 먹어? 침이를 이구……
貞[정] 가만히 잇시요. 元永氏[원영씨]는! 이 瞬間[순간]은 얘가 당신
夫[부]이 아니구 내 녯 친구야. (妻[처]에게) 그럿찬늬? 얘야
엇지면 結婚披露[결혼피로]도 안쿠 고만 숨어서. 그렇지만 이러
케 맛나긴, 아주 小說[소설]인데.
元[원] 小說[소설] 흉내는 어지간히 내요. 엇지면 이런 不祥[불상]한
女子[여자]지 다 속일녀구.
妻[처] (흘겨보앗으나 卑屈[비굴]하게) 아이구 별소리도 다 듯겟네.
元[원] 무어가 별소리야. 天痴[천치]는 그저 다수군하고 남 허는 말이
나 듯고 안젓서! (貞子[정자]) 엇지면 이럿케 남을 속인단 말
유.
貞[정] 엇지면 이럿케 남 말하는대 참견을 한단 말유. 나로 해서는 엇
더케든지 맛나면 고만아뉴? 내 녯 동무를.
元[원] (妻[처]의게) 너는 저리로 가! 네 天職[천직]은 어린애 哺乳[포
유]하는 대 잇서!
貞[정] 詩人[시인]의 天職[천직]은 溫良[온량]한 妻[처]의 自由[자유]
앗는 대 잇소?
元[원] 同窓生[동창생]을 맛나면 맛낫지 이게 무슨 짓이야. 사람을 嘲
弄[조롱]을 해도 분수가 잇지.
貞[정] 卑劣[비열]하게 구지 마러요. 詩人[시인]의 墮落[타락]은 참 더
렵슴내다.
妻[처] (感情[감정]의 自然[자연]한 投合[투합]으로 元永[원영]에게)
天痴[천치]가 실커던 날맘대로 밧갓헤나 나가게 해 주구려.
貞[정] 그러면 事實[사실]인가? 밧갓 出入[출입]도 맘대로 못하게 하는
것이.
元[원] (비우스며) 貞子氏[정자씨]도 例[예]에 안 지는군. 센티멘탈
이티에 同情[동정]해서는 그리 神奇[신기]러운「新女性[신여
성]」이 못 되는 게야.
貞[정] (못들은 체하고 妻[처]의게) 아 ― 니 그럿케, 自由[자유] 업는
게 事實[사실]이니? (손을 붓잡으며) 노라 을 왜 본밧지 안
늬? 瓊順[경순]이도 世上[세상] 달은 女子[여자]와 항상 갓흐라
는 法[법]이 어듸 잇늬?
元[원] 흥 노라만한 資格[자격]이나 잇으면 벌서붓허 自由[자유]는 고
만두고라도, 타란테라댄스라도 갈처주엇겟다.
貞[정] 사람 대졉에 분수가 잇게 해요. 世上[세상]이 元永氏[원영씨]
詩[시] 것흔 줄 아우? 이런 훌융헌 女子[여자]가 잇기 때문에
당신 家庭[가정]이 되지 안엇소? (妻[처]의게) 네가 너무 맘이
곱기는 해도, 그럿타구 나 것흔 女子[여자]고 보면 가정은 벌서
어젓섯슬 것이 아니늬?
元[원] 家庭[가정]이란 監獄[감옥]이란 게 내 主義[주의]야. 아모러한
女子[여자]일지라도 한번 妻[처]가 되면 사람으로서의 自由[자
유]는 업서지는 게야. 女性[여성]의 永遠[영원]한 生命[생명]은
이곳에 잇단 말야.
妻[처] 저게 主義[주의]래요.
貞[정] (同時[동시]에) 왠 主義[주의]야! 그래서 아들 나케 하구, 옷
매주게 하구 밥 지어주게 하구, 그리고나서는 自己[자기]는,
自稱[자칭] 詩人[시인]은 無所不爲[무소불위]로 ― 그게 詩人
[시인]이요 남 一生[일생]은 犧牲[희생]을 맨드러 놋코 나서는,
自己[자기] 혼자만 天堂[천당]에서 하누님과 갓치 노래한다는
두데기 詩人[시인]?
元[원] 그럿치 나는 詩人[시인]야 두데기 詩人[시인]이래도 조와. 何如
間[하여간] 詩人[시인]야. 다만 이런 여자로 해서는, 家庭[가
정]을 맨든 게 저게 不幸[불행]이라면, 그것이 卽[즉] 제 運命
[운명]야. 왜 사내라면 사내란 사내만 보면 고인지 잉언지 죽자
살자해! 그것도 제게 맛당한 點[점]을 가진 사내를 골너 내지
안쿠. 詩[시] 좀 써서 所謂[소위] 有明[유명]허다닛가, 달녀드
러서 날 홀녀 낸 게지. 이것이 그 情死[정사]라도 허자구 햇
슬 것 갓트면, 나도 넉넉히 情死[정사]를 햇을 터이지. 그러나
이 天痴[천치]는 그것두 실쿠, 꼭 家庭[가정]을 맨드러야만 헌
다지! 해서 所謂[소위] 스위트 · 홈이란 게 되고 보닛가 이 모양
이야. 이것도 다 네 運命[운명]인 줄노만 알어라! 한번 발 디러
노면, 수 업는 運命[운명]의 길노만 알어!
貞[정] 運命[운명]! 당신의 내종 핑게가 겨우 그것이요? 한 양반!
(妻[처] 方今[방금] 울어 업더려질 듯 하다가 겨우 이러나 急
[급]히 나가 버린다. 눈에도 손을 대이면서 안房[방]으로 드러
간다)
元[원] (이러나 房[방] 안을 한 번 來往[내왕]하고 나서는) 대체 이게
무슨 演劇[연극]이요? 웬 영문인지를 몰으겟군.
貞[정] 「두데기 詩人[시인]의 幻滅[환멸]」이라는 喜劇[희극]야요. 詩
[시]가 한 개 생기겟구려.
― 幕[막] ―
一九二五.一二[일구이오.일이]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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